눈이 옵니다. 뿌연 하늘!. 하얀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색칠하려는 듯합니다. 탁함으로 어두워진 마음까지 밝게 치료하려고 해요. 앙상한 가지 한편으로 새하얀 눈이 조용히 내리는 아침입니다. 아직 새벽이 덜 가고 있던 어느 시간. 눈이 와요. 눈이.
앙상한 가지에 겨울의 운치를 더하여 세상을 어루만지는 듯 눈이 옵니다. 물기로 인한 빙판길 사고가 없기를 기도해 봅니다. 눈만 오면 강아지처럼 폴짝이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마당에 눈을 치우며 힘내어 달렸던 그런 순간이. 남들이 먼저 발자국이 남기기 전에 내가 먼저 달려 보자며 동생들과 동네입구까지 달리기 시합을 했었습니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 속을 그저 달렸습니다. 엎어지고 넘어지고를 게이치 않고 마냥 그렇게. 어느새 운동화는 흙과 눈으로 더러워지고 옷은 푹 젖어서 한기가 밀려옵니다. 그 무렵 엄마는 담장 너머 고개를 쭉 빼고, “씻고 밥 먹어 “ 합니다. 정겨운 엄마의 소리. 따뜻한 아랫목 이불속에 몸을 따스히 녹힐즈음 엄마가 밥상을 들고 들어 오십니다. 장작불을 지펴 쇠솥으로 지은 밥과 노릇한 누룽지. 그 소복한 밥그릇과 김이 올라오는 된장 시래깃국, 장독에서 꺼낸 살얼음이 낀 푸익은 김치, 갓 구운 고등어구이. 조촐한 작은 밥상안에 사랑이 한가득입니다. 장작불 앞에 장작을 기대고 나란히 늘어선 우리네 운동화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식으로 바뀐 우리의 일상에서 아직도 안방에 밥상을 들고 들어와 식사를 하십니다. 옛것과 현재가 함께 어우러져 지금의 색깔을 만들어 내는 듯합니다. 늘 한결같은 엄마의 마음처럼 얼어붙은 일상이 따스한 온기로 가득하길 바랍니다. 신년에도 평온한 일상과 오늘보다 한 뼘 나아지는 내일을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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