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번에 재계약 제외랍니다. 알고 있어요?"
입사동기의 상기된 전화목소리다. 난 일반직임기제 간호직공무원이다.
경력직 경쟁으로 입사하여 연봉제로 일한다. 아는 지인인 인사과팀장을 통해서 들었다 한다.
떨리는 목소리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하다. 일반회사의 구조조정이 나에게 일어났다.
순간, 머리가 한 대 맞은 듯 정지되었다.
'최소한의 기간이 모자란다.
아직 연금 받으려면 11개월이 비는데'.
서러운 임기제지만 버텨지는 이유는 공무원연금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9년 1개월, 11개월이 모자란다. 철밥통이 찢기는 소리가 들린다. 끼익.
'젠장!.‘ 저 아래에서 욕지기가 올라온다.
대체로 2년 계약 후에 3년 연장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화의 논리는 정치와 돈의 논리에 처참히 무너졌다.
그렇게 9년 1개월이다.
9월 13일 자로 임기만료다. 날짜는 정해 졌다.
'이제 뭐해서 먹고살지? 난 돈 벌어야 된다.' 난 가장이다.
내가 한 가정에 가장이 된 건 내 나이 27살이다.
한순간의 선택이 어깨를 짓누르는 돌덩이가 될 줄 그땐 알지 못했다.
"사람 한번 만나볼래? 세무직 공무원이야."
첫 단추부터 잘못된 시작이다.
할머니의 먼 친척이 중매를 서고 엄마가 등을 떠밀었다.
혼자서 보네던 서울생활은 하루하루가 힘겨웠고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었다.
6개월을 뜸을 들이다가 맞선이란 시장의 만남이 시작됐다.
도피반 설렘반의 무모한 나의 시작이 현재진행형 고통의 일대기가 될 줄이야.
To be cou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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