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이 마음을 젖게하는 비가 내립니다.
내 마음의 애잔함을 아는 듯이.
출근의 마지막은 어느덧 다가왔어요 어김없이.
정작 다음주가 끝이에요.
그러나, 정규 퇴직자처럼 마지막 한주는 시원하게 연가처리를 해 봅니다.
'일주일연가는 공무원이면 누구나 꿈꾸는 연가다'
눈치 보느라 3일 이상 병가도 맘껏 써본 적 없답니다.
어제 인수인계자에게 업무내용, 예산, 소모품을 알려주느라 근무시간이 바쁘게 지나갔어요.
'어휴, 속사포처럼 계속 말을 해야 했어. 잘 알아들었는지?' 너무 정신없이 인계를 줬는지 기가 빨려서 한동안 넋을 놨네요.
얼굴 보기 전엔 인계주기도 싫은데, 이놈에 직업병, 그녀를 붙잡아 앉혀놓고 열심히 가르쳐주고 있었네요.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점심으로 조기정식을 먹었답니다.
그녀는 '찐 맛집이네요. 역대급 맛있다'며 너스레를 부리기도 했답니다.
그녀의 천진한 솔직함이 좋았어요.
하지만, 같은 일반직임기제, 그녀도 내년이 임기만료래요. 그녀가 연봉협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현재 임신 6주, 두 아들의 엄마, 남편은 실직상태, 그녀의 맑은 웃음 뒤로 불안감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그녀는 가장이고 엄마다.'
돈이 없는 지자체, pay off, 인력감축, 부서통합, 예산절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보건소는 기술직이 주류를 이룬다. 기술직, 의료인, 면허증으로 말하고 움직인다.
그러나, 코로나 영웅이라던 간호직공무원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토사구팽, 전쟁터에서 찢기고 부러지고 만신창이게 되면서 나라를 구했는데 그 상의군인을 연금도 없이 내쫓는 형국이다.
울분이 올라온다. 토악질을 애써 삼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마지막 출근을 해 보자. '괜찮아, 나는 간호사다'.
오늘 9년여의 근무에 마무리를 잘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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