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 보는 강릉여행.
강릉은 나의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다.
아침 7시 드디어 현관문을 열고 혼자만 떠나는 첫 여행을 시작한다.
아침 공기가 쌀쌀하여 여름용 반팔은 추워 보인다.
대구에서 경산으로 지하철로 이동 후, 영남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강릉으로 출발한다.
포항을 경유 영덕 삼척으로 거꾸로 올라가는 경로를 잡았다.
혹여나 가끔씩 만나는 바다를 기대하며.
8시 5에 첫차가 출발이라더니, 시각은 15분을 넘기고 있다.
실외 고속버스는 말이 고속이지, 여섯 곳 이상의 정류장을 정차한다.
완행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어쨌든 선택을 했으니 가보자.
부서질 듯 햇살은 환하고 하늘에 뭉게구름도 바람이 타고 여행 중이다.
직접 운전을 하지 않고, 그저 앉아서 즐기는 여행. 이 또한 새롭고 편안하다.
새로운 경험들은 설렘반 두려움 반 묘하게 섞여 있다. 약간의 멀미는 감수한다.
창밖으로 아침을 여는 가게들의 분주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어제 카페에서 커피를 많이 마셔서 인지, 나는 잠을 통 이루지 못했다.
모자란 잠을 청해 본다. 달리는 버스에 몸을 맡긴 채.
경산 IC를 빠져나오는 버스는 더 빠르게 달리기를 시작한다.
나도 덩달아 잠 속으로 빠르게 빠져 든다.



영덕을 지나 울진 삼척 강릉에 이르기까지 주요 시외버스 터미널을 쉼 없이 들렀다.
중간에 쉬는 시간 20분씩 두 번이 더하여졌다.
내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1시간 반 내지 2시간이 더 지체 됐다.
역시 시간은 돈으로 사야만 한다. 엉덩이에 뾰루지가 생길 듯하다.
서울역 경유 강릉역을 통한 노선이 시간으로는 최단거리다. 경비는 두 배가 더 든다..



오죽헌 바로 옆에 위치한 오죽 한옥마을.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한옥의 건축미을 제대로 살려 지어진 듯하다.
온돌로 예약을 했다.
그러나, 아픈 허리를 생각하여 침대 방으로 업그레이드를 한다.
나를 위한 선물. 뭐 어떨까?.
오늘은 28년을 쉼 없이 일하고 난 뒤, 나에게 주는 첫 선물이다.



마치 미니 전통마을을 연상케 한다. 입구 옆에 자리한 안내소에서 체크인을 한다.
야무지게 환기를 시킨 뒤, 고즈넉한 한옥의 전통미에 빠져본다.
문은 문풍지와 일반창 방충망까지 3중으로 단열을 도와주는 형태다.
가로로 길게 늘어진 거실의 창은 환기력을 배로 증가시킨다.
옛날의 미니 쪽문을 흉내 낸 상하 창은 나무 지지대를 두어, 예스러움을 더 한다.
온돌의 따스함과 침대의 현대미가 조화를 이룬다.
옛날 문틀모양의 거실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 두터운 유리를 올린 것은 첫인상에 강하게 남아 있다.
문풍지로 전해지는 방을 둘러싼 소나무향과 천정에 꽉 채워진 통나무 내음이 정겹다.
정원엔 잔디가 잘 정돈되어 있고, 길을 안내하는 돌길마저 따스하다.
한가운데 자리 잡은 커다란 정자도 운치 있다.



옆에 위치한 오죽헌을 한 바퀴 돌고 나니, 시장기가 몰려온다.
아쉬운 것은 주변에 흔한 편의점 하나가 없다.
내가 입점해야 할 듯하다. 하긴 여긴 유동인구가 너무 없다.
관광객만 보고 장사를 하기엔 입지가 나쁘다.

아무튼,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픈데, 그나마 입구에 위치한 유일한 음식점도 화요일엔 휴무다.
터벅터벅 걸어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중앙시장으로 가는 300번 버스를 탄다.
손이 떨려온다. 당뇨환자처럼. 이러다가 쓰러질 듯.
중앙시장에 도착하여 그저 사람 많아 보이는 장칼국수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알고 보니 어딘가 TV에서 방송을 나왔단다. 시원한 국물이 예술이다.  
근데 김치가 금치라더니, 배추김치가 아니라 양배추 김치다.
하지만, 그 또한 아삭아삭하니 맛도 좋다. 가격도 3,000원이다.
가성비 끝판왕이다.



강릉 100선 책에서 읽었던 중앙시장 닭강정을 샀다. 맛나다고 했던 걸로 기억해서.
옆 골목으로 돌아서자, 여행 유튜버 빠니가 와서 먹었다는 빠니 새우튀김, 강정들이 있다.
기다리는 줄이 끝이 없다. 새우튀김 8개에 만원이다.
그냥 눈을 질끈 감아본다. 난 지금 배가 부르다.
역시 식사 후에 장을 보면,  과소비를 하지 않는다.
홈플러스에서 맥주와 치즈, 포도, 음료수를 사고 돌아온다.
돌아오는 버스는 200번이다. 이젠 익숙하다.

하루 만에 버스 안의 어르신의 강릉 사투리가 친근하게 여겨진다.

이제 그만 씻고, 자야 할 듯하다. 배도 부르고 급 피곤함이 밀려온다.
오늘은 여기까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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