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마지막 휴가를 나왔다. 이번에는 짧다. 저번엔 6일은 있었는데.
밤새 친구들과 게임 속 세계에서 팀으로 서바이블을 즐기던 아이는 자기 방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요즘은 군에서 휴대폰 쓰는 시간도 늘고 하여 많이 자유롭다고는 하나 게임은 외출이나 외박 아니면 못 한다.
다음 달이면 전역을 앞두고 있는데, 돌아와서 어찌 생활할지 걱정만 앞선다. 잘 알아서 하리라.
내년에 복학을 하면 다시 기숙사로 올라가야 한다.  
가기 싫어 흔들릴 눈빛과 몸짓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이젠 성인이고 어른 내음이 많이 나서, 의연하게 대처하리라. 믿어주기만 하면 그뿐.
그저 곁에 있어주면 된다. 손을 내밀면 잡아줄 준비를 하자. 그러면 된다.



이틀간 계속된 폭우는 일요일 아침공기와 함께 사라졌다. 언제 폭우가 왔었냐는 듯.
넘쳐버린 빗물로 냇가의 얕은 돌다리는 건널 수가 없다.
늘 가던 길은 막히고, 새로운 길을 도전하는 마음은 낯설다.
경사진 냇물은 작은 폭포를 생각나게 한다. 역시 개울엔 물이 많아야 제 맛이다.
산허리의 회색구름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갔다.  눈동자에 개운함이 시야를 넓혀준다.
폭우는 먼지 쌓인 차를 씻어주고, 집도 풀도 산도 목욕을 시켰다.
길가에 핀 나팔꽃이 명도차가 선명하게 난다. 한층 젊어졌다.
하천을 따라 길게 늘어진 버들가지가 살랑살랑 자태를 자랑하며 어느 때보다 시원한 느낌을 준다.
도시의 오염수가 희석되어서 인지 물 내음마저 상쾌하다.



어제는 아들이 역으로 온다기에 폭우를 뚫고, 차로 마중을 나갔다.
제대하기 전 마지막 휴가다. 개인짐을 빼야 한다면서 그동안 불어난 책을 가방 가득 지고 왔다.
며칠 전 휴가를 오면 군인마트에 가보자면서 아들은 내 증명사진과 가족관계증명서를 달라고 했다.
“엄마만 갈 수 있어.”한다. 폭우를 뚫고 마트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제때 차선을 바꾸지 못해, 유로도로로 접어든다. 울아들 아무 말이 없다.
”그럴 수 있지. 괜찮아. “한다. 돌아서 오면 그뿐.
마음이 더 많이 너그러워졌다. 어른냄새가 진하게 전해 온다.
굽이굽이 꽁꽁 숨어있는 군인마트는 진짜 군인가족만 사용한다.
‘오성마트’ 처음에 오성회관인줄 알았는데,  오성회관 뒤에 위치하여 은폐력이 우수하다. 은밀하게.
마트에 들어서니, 여자직원이 반갑게 맞이를 하고 친절히 안내를 한다. 신분확인이다.
군인과 그 직계가족만 이용가능하다. 동생, 누나는 출입불가다.



마트 안은 손님들로 상당히 복잡하고 분주했다. 마감 30분 전이라서 더 서두르고 있는 듯하다.
진열대 위의 물건들이 거의 비어 있다. 인기품목은 오픈런이 필수라고 한다.
할인률은 물건별로 다르다. 화장품이나 건강식품은 작게는 20%, 많이는 30% 이상 싸다.
우유나 요구르트도 너무 싸다. 일찍 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역시 정보가 곧 돈이다. 아들이 알려준 군대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긴 했으나, 마트가 가성비가 훨씬 더 좋았다.
국군카드를 사용하면 20% 더블할인 혜택이 있다고 한다.  
아들이 군대에 입대했는가? 무조건 지금 당장 군인마트를 이용하기를 추천한다.
요즘 마트를 가면 카트에 물건을 몇 개 안 담았는데, 계산대에서 계산하다가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물가가 장난 아니게 올랐다. 배추 한 포기가 만원이다.



아들이 제대 전에 2~3번은 더 갈 수 있다. 날자가 넉넉한 생활필수품은 사두어야겠다. 필히.
부지런해야 돈을 줍는다는 말이 이 경우인 듯하다. 마야, 부지런해지자. 할 수 있어.



주방 테이블에 쌀과 우유류, 건강식품, 화장품 등, 장본 것들을 한가득 쌓아 놓으니,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행복이 뭐 따로 있으랴, 오늘의 이 행복감과 자연스럽게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한다.
아들을 군대보넨 엄마들만 누릴 수 있는 호강을 오늘 누려본다. 나는 군인엄마다.
나의 아이들 그 들로 인해 나는 숨을 쉬고, 오늘도 한 발을 내딛을 수 있음을. 감사하다.
사랑을 담은 아이들의 미소 또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나도 함께 따라서 웃어본다. 그저 그렇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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