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땠어?. 근무하면서 속 섞이는 빌런은 없었니?. ”
걱정 가득한 나의 질문에 ㅇㅇ이는 “괜찮았어.”로 씩씩하게 대답한다.
음 하고 머뭇대다가 N. 근무 중 중요 에피소들을 풀어낸다.
“같이 근무하는 선배들이 난이도가 좀 높을 뿐이지.”한다. 00 이는 대학병원 간호사다.
상급기관인 대학병원은 24시간 3교대가 기본이다.
이제 이 년째를 접어들었고, 그동안 동기들의 반 이상은 그만두었다.
말로만 들었던 태움 간호사는 어디에도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 ㅇㅇ이도 만만치 않다.

4년 내내 샤부샤부집 알바를 꾸준히 했다.
어지간한 빌런 고객은 능숙하게 해결하는 내공을 지녔다.
그러면서 4년 중 한 번도 학자금 달라고 한 적 없이, 장학금으로 학업을 마친 별난 아이다.

그러한 그녀가 밤근무를 마치고 퇴근 중이다.
“엄마, 나 마쳤어.”한다.
지금은 아침 여덟 시다.
나는 그저 들어줄 뿐
그녀의 에피소드에 ‘그렇구나. 아하. 저런. ’ 하며 격한 리액션을 해 본다.
지친 그녀의 마음에 내가 곁에 있음이 전해 지기를.

가족 간의 대화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근무 중 동료와의 대화는 지극히 사무적이다.
단순하게 말을 바로바로 응답하고, 감정에 솔직한 사람일수록 대화는 쉽다.
속 마음과 바깥 마음이 거의 같은 거다.
살아 보니 겉으론 웃고 세상 좋은 사람 같아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할 때는 아무 말 안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자신이 불리한 순간에 뒤통수치는 사람도 많다.

그녀의 팀에 그런 오래된 강적들이 2~3명씩이나 있단다.
심지어 뒤에서도 아니고 여럿이 있는 곳에서 말을 생각 없이 쏘아붙이는 빌런들이.
어제 추석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는 역옆 주차장에서 차에서 쉽게 내리지 못했다.
보네야 하는 내 마음도 미어진다.
그날ㅇㅇ이 Night 근무다.
상태가 괜찮은 환자들이었어야 하는데 빌어본다.
그러고 무심이 난 잠을 잤다.

그래도 그녀의 에피소드는 평소보다는 안정적이다.
항암 환자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며 환자들 걱정을 많이 하지만, 빌런동료들도 어제는 양처럼 온화했단다.
책임간호사는 한 Duty에서 환자의 생명이라는 무게를 오로지 짊어져야 하기에 신경이 곤두서는 게 맞다.
Acting N. 는 그 무게를 가늠하기에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교대근무로 인해 무너진 생체리듬은 반드시 건강한 음식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숙사생활이고, 근무 후에 돌덩같은 몸은 루틴을 지켜지 못한다.

암환자가 늘고 있다.
그들 또한 무너진 일상에서 시작되었겠지.
먹는 게 건강하지 않으니 몸에 독소는 쌓인다.
그래서 그런지 암은 유전적인 요인보다 음식이나 운동 관리가 안 돼서 발병하는 경우가 흔하다.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군에서도  발병률이 높다는 전문가의 말은 꾀 설득력이 있다.
스트레스 피하고 싶어도 달고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걸로 보면 우리ㅇㅇ이는 3교대 근무 너무 오래 안 했으면 좋겠다.
남들 잘 때 자고 남들 일어날 때 일어나서 정시에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일.
몸에 무리가 같지 않는 일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일하면서 즐겁고 그 일로 인해서 지치지 않고 열정에 행복하다면 그뿐인데.
그런 일엔 돈이 안된다. 너무 어렵다.

그녀는 PT를 하러 체육센터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N근무 퇴근길에 운동을 간다고?. 너무 무리하면 안 돼 ‘
하지만 N근무가 끝나도 잠을 쉽게 들 수 없다.
바디 사이클은 아직 일하는 중이고,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의 소음이 벽을 비집고, 내 귀에 전해진다.
창밖을 환하게 해가 떠 있어, 안대를 해도 쉽게 잠들 수 없다.
나는 그녀의 말에 의미를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에 근육이 올라오면, 아픈 횟수는 좀 더디게 오는 것 같다.
운동을 즐기는 건 좋은 생각이긴 하다.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꼭 갈려고 노력해라 “.라고 응원을 해 본다.

난 운동을 일주일에 4번으로 늘렸다.
운동하러 문밖을 나가는 걸음은 매 순간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도 운동하고 난 뒤의 땀 흘리는 상쾌함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녀도 그동안 공부 하느라 굳어졌던 어깨며 거북목의 자세가 많이 펴졌다.
근육량이 느니, 표정도 활기차다.
건강도 돈이 돼야 얻어진다.  건강이 첫 번째 챙겨야 할 투자다.
자기 관리도 돈이 베이스가 되는 사람이 가능한 거야.
돈이 없으니 먹는 것도 인스턴트를 많이 먹게 된다. 라면, 국수, 빵.
입을 만한 옷이 없으니 외출도 안 하고, 씻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깊은 우울에 빠진다.
그러다 문득 병이 찾아오면 제대로 치료 안 하고 버틴다.
병은 깊어지고 종국엔 손을 쓸 수 없다. 그렇게 삶의 끈을 놓아버린다. 최악이다.

그래서 나와 그녀는 돈 공부 중이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