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지막 출근을 무사히 마치고, 오늘의 해를 만났다.
 


어제저녁 또 다른 에피소드가 나를 당황시켰다. 
경찰서에서 접촉사고 관련 사고접수가 되었다는.
이건 또 뭐지?. 나쁜 일은 겹겹이 닥치는 건가?.



음, 몰랐다. 인지를 못했다. 내가 차를 긁고 도망치다니!.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 줄.
일단 일시와 장소가 내 동선과 일치한다.
블랙박스를 확인하고 경찰서에  출석하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올해는 왜 이리 에피소드가 겹겹이 다가오는지. 울고 싶었다.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니 의심 가는 차량이 있긴 했다.
어르신 한분이 아파트 주차 중에 검은색 큰 차를 좁은 주차면에 넣으려고 왔다 갔다 한다.
그래서, 그 차가 주차마무리되기 전, 딴에는 피해서 지나가는 장면이 있다.
아무래도 이 장면이 의심이 돼.
근데 내차엔 미동도 없는데?, 내가 둔하긴 하다.
이럴 땐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하다.



작은 접촉사고가 있긴 해도 큰 사고 없이 운전경력 28년 차인데, 어쨌든 사고는 사고. 속상하다.



설계된 망나니의 칼날에 잘려나간 정신이 온전하지 않았나 보다.
아무래도 그날 내 멘털이 흔들였음을 의심해 본다.  
의연하려 태연하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린 게지.



‘마음을 부뜨러야 해. 부뜨러라, 마야. 제발'
 


하지만, 당한 타격감에 비해 이 정도의 사고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담당보험회사 직원분이 경찰서에 가서 상대방 블박확인만 하면 된다고 했다. 별일 아닌 듯.
만약, 내 과실이 맞다고 하면 연락을 달라고 한다.
걱정 말라는 안심하라는 말도 함께.  
처음엔 함께 가주시겠다고도 하셨다. 친절히 그는 가족지인이다.
역시 지인찬스는 무한패스다.
급안심이 됐고, 불안함은 줄어든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긍정 에피소드도 있다.
오늘  딸내미와 함께 아침 러닝을 했다.
아침을 가르는 시원한 공기가 너무 좋다며 깨워 달라고 한다.  
풀냄새 나는 아침공기에 계속 중독되는 맛을 느끼기를.
아무튼, 작심삼일에서 끝나지 않기를 바라본다.
 


마지막 사무실 풍경 관련 에피소드도 있다.
루틴은 숨 쉴 틈 없이 계속된다.
나를 배웅이라도 하듯 상담자는 쉼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시간이 어찌 흘러갔는지 정신이 없다.  
나를 대신할 인수인계자와 출근부터 하루종일 세트로 일했다.
곁에서 흐름이 막힐 때만 도와주었는데, 경력직이라서 그런지 척하면 착이라서 도울일이 거의 없었다.
검사와 상담을 함께 진행하는 건강관리실 업무는 숙련도가 필요하다.
늘 하던 사람이 잘하듯, 반복과 연습이 답이다.

역시 뭐든 똑 부러지는 간호직공무원, 우리는 간호사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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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이 마음을 젖게하는 비가 내립니다.
내 마음의 애잔함을 아는 듯이.
출근의 마지막은 어느덧 다가왔어요 어김없이.
 
정작 다음주가 끝이에요.
그러나, 정규 퇴직자처럼 마지막 한주는 시원하게 연가처리를 해 봅니다.
'일주일연가는 공무원이면 누구나 꿈꾸는 연가다'
눈치 보느라 3일 이상 병가도 맘껏 써본 적 없답니다.
 
어제 인수인계자에게 업무내용, 예산, 소모품을 알려주느라 근무시간이 바쁘게 지나갔어요.
'어휴, 속사포처럼 계속  말을 해야 했어. 잘 알아들었는지?'  너무 정신없이 인계를 줬는지 기가 빨려서 한동안 넋을 놨네요. 
얼굴 보기 전엔 인계주기도 싫은데, 이놈에 직업병, 그녀를 붙잡아 앉혀놓고 열심히 가르쳐주고 있었네요.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점심으로 조기정식을 먹었답니다.
그녀는 '찐 맛집이네요. 역대급 맛있다'며 너스레를 부리기도 했답니다. 
그녀의 천진한 솔직함이 좋았어요.
 
하지만, 같은 일반직임기제, 그녀도 내년이 임기만료래요. 그녀가 연봉협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현재 임신 6주, 두 아들의 엄마, 남편은 실직상태, 그녀의 맑은 웃음 뒤로 불안감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그녀는 가장이고 엄마다.'
 
돈이 없는 지자체, pay off, 인력감축, 부서통합, 예산절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보건소는 기술직이 주류를 이룬다. 기술직, 의료인, 면허증으로 말하고 움직인다.
그러나, 코로나 영웅이라던 간호직공무원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토사구팽, 전쟁터에서 찢기고 부러지고 만신창이게 되면서 나라를 구했는데 그 상의군인을 연금도 없이 내쫓는 형국이다. 
울분이 올라온다. 토악질을 애써 삼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마지막 출근을 해 보자.  '괜찮아, 나는 간호사다'.
 
오늘 9년여의 근무에 마무리를 잘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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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며 기지개를 켠다.
한껏 뒤로 넘긴 두 팔과 어깨로 시원함이 느껴진다.
 
'그래, 뭐 어때. 모르는 순간의 좌퉁수도 우퉁수도 지나왔는 걸'
'예고된 순간은 이 또한 지나가면 그뿐'
'게안아, 뭐 어때서.'
 
난 오늘도 침대에서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났고, 풀내 가득한 하천변을 달리고 있다.
천둥오리 세 마리가 세수를 하고, 몸을 씻어 내리고 있다. 
이름 모를 하얀 새가 우아함을 담아 서서히 물로 내려앉는다.
'와우, 자신감이 넘치는데.' 
'날갯짓을 하는 모양새가 스스로 멋짐을 너무 잘 알고 있구나.'
 
물속에서는 뭔지 모를 생명체의 지느러미가 물밖를 오르내린다.
문득, 괴물영화의 괴생명체가 떠오른다.
나는 겁쟁이다.
 
1시간여 금호천의 강변을 달리다 보면, 새벽잠을 잃은 어르신들의 산책과도 마주한다.
정수리에 눈가루가 가득한 할머니가 한입 가득 토마토를 물고, 빤히 쳐다보신다.
그러곤 수줍게 작은 방울토마토를 하나 건넨다.
''하나 먹어보지 않을래요? " 정겨움이 묻어난다.
 
그러나, 처음은 누구든 울타리를 두고 만나는 나에겐 낯설다.
나의 보호본능 시스템은 여지없이 작동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미소로 답을 한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녀의 용기가 무안하지 않도록.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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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번에 재계약 제외랍니다. 알고 있어요?"
입사동기의 상기된 전화목소리다. 난 일반직임기제 간호직공무원이다.
경력직 경쟁으로 입사하여 연봉제로 일한다. 아는 지인인 인사과팀장을 통해서 들었다 한다.
떨리는 목소리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하다. 일반회사의 구조조정이 나에게 일어났다.
순간, 머리가 한 대 맞은 듯 정지되었다.



'최소한의 기간이 모자란다.
아직 연금 받으려면 11개월이 비는데'.
서러운 임기제지만 버텨지는 이유는 공무원연금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9년 1개월, 11개월이 모자란다. 철밥통이 찢기는 소리가 들린다. 끼익.



'젠장!.‘ 저 아래에서 욕지기가 올라온다.
대체로 2년 계약 후에 3년 연장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화의 논리는 정치와 돈의 논리에 처참히 무너졌다.
그렇게 9년 1개월이다.
9월 13일 자로 임기만료다. 날짜는 정해 졌다.
'이제 뭐해서 먹고살지? 난 돈 벌어야 된다.' 난 가장이다.
 


내가 한 가정에 가장이 된 건 내 나이 27살이다.
한순간의 선택이 어깨를 짓누르는 돌덩이가 될 줄 그땐 알지 못했다.
"사람 한번 만나볼래? 세무직 공무원이야."



첫 단추부터 잘못된 시작이다.
할머니의 먼 친척이 중매를 서고 엄마가 등을 떠밀었다.
혼자서 보네던 서울생활은 하루하루가 힘겨웠고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었다.
6개월을 뜸을 들이다가 맞선이란 시장의 만남이 시작됐다.
도피반 설렘반의 무모한 나의 시작이 현재진행형 고통의 일대기가 될 줄이야.
                                                                                                                        To be cou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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