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주임님과 입사동기예요.”
’엥 그려?.‘ 몰랐다.
그녀는 나의 입사 때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단다.
그저 오래된 동료로만 알고 있던 그녀가 나의 방문간호팀 입사동기일 줄이야.
실제 그녀를 더 오래된 선배로 여기고 있었는데.
아무튼 그 언젠가 내가 그녀에게 식사를 대접했고, 그 순간 잊을 수 없을만치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방문간호팀에서 같이 근무한 기억은 1년 여로 짧았다.
그녀는 한방실, 나는 통합건강관리실로 근무지는 달라졌다.
가끔 점심을 혹은 코로나 시절엔 간식을 함께 먹었었다.
수다는 늘 정겨웠던 걸로 기억한다.
코로나 전쟁 중 드라이브 스루 근무 시, 에피소드 같은 것들이 수다안주가 된다.
수다로 입을 털고 난 뒤엔 괴로움도 힘든 일도 반으로 줄어든다.
한 번은 월드컵 드라이브 스루에서 코로나 검사를 진행했는데, 끝나고 난 뒤였다.
근처 이름 모를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도 20개 보네 왔다.
미니 빵과 함께. 모자라는 더 드리겠다며.
폭염에 신선한 공기가 순환이 안 되는 방호마스크로 인해 정신은 혼미한 상태였다.
바람이 안 통하는 방호복은 땀이 차고, 벗으면 물이 가득 나오는 상황이었다.
실제 방호복을 입고 요양병원에 투입됐던 직원은 4시간여의 근무 중에 실신한 경우도 있다.
아무튼, 그 아아 한 모금은 생명수와 같았다. 그 달달함과 상쾌함을 잊을 수 없다.
그 카페사장님이 진정 든든한 후방부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도 빌런은 있었다.
나이 많은 한 직원은 근무가 끝나고 방호복을 벗지 않고 돌아오는 앰뷸런스를 탔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혼자만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싫고, 내 몸만 지키겠다는 거다.
밀폐된 앰뷸런스에 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방호복을 벗은 상태다.
그의 행동은 그의 방호복에 묻은 바이러스를 앰뷸런스에 묻히고, 함께 차에 탄 직원은 코로나에 걸려라.
뭐 그런 뜻이다. 감염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도 그 정도는 아닌데. 상식이 안 통한다.
그것도 현대지성의 피라미드 정점에 있는 사람이.
이 빌런은 현재도 숨 쉬고 있다. ‘개새 0’.
요즘 내가 욕쟁이가 가끔 된다. 미안.
다시 현재시점으로 돌아온다.
‘밥 사 줄게요’ 하는데, 그저 지나는 이야기려니 했다.
약속시간을 한 시간여 남기고, 정확하게 약속 확인을 한 거다.
감동이 밀려온다. 에고공.
‘마야, 너 잘 살았네. 기특하다’
그녀와의 식사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큰애 00 이는 병원근무 잘한데요??.' 첫째 ㅇㅇ이는 대학병원 간호사다.
‘울 00 이는 공부에는 취미가 없어요?’, 아들 하나를 대학에 보넨 그 녀는 아들 걱정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부럽다. 나도 아이 키우는데 이리도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면 하나만 계획했을 텐데.
가르쳐 주는 이도 배운 적도 없는 나는 결혼 모지리다.
울 아이들도 첫째 ㅇㅇ이만 공부에 취미가 있다.
막내는 게임, 둘째는 미술 등 아트 쪽이다.
그저 곁에 있어줄 뿐. 엄마 역할은 딱히!. 아무튼.
쉴 새 없는 우리들의 수다는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안주삼에 와인에 녹아들었다.
‘아, 행복해’. 이 작은 행복에 가슴이 따뜻해질 줄이야.
얼굴 가득 미소를 지닌 그녀는 ‘주임님, 그동안 너무 수고하셨어요.’ 한다.
그 걸로 충분하다. 감사한 일이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둘째가 태어나고, 10여 개월 무렵부터 일하기 시작했다.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 나는 일 중독이다.
나에게 주는 선물을 안은채 쉬어보자. 그저 그렇게.
담당 테이블매니저가 디저트를 권할 때까지 수다는 끊어지지 않았다.
이미 충분하다. 배도 마음도 가득 차서 디저트는 사양한다.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밤바람이 시원타.
소화도 시킬 겸 밤거리를 나란히 걸어본다.
이 또한 좋았다. 평소에 혼자면 지루하리만치 긴 거리인데.
세 정거장이 넘는 길이 둘이라서 짧게만 느껴졌다.
헤어짐에 아쉬움을 더한 채, 우리는 손 인사로 마지막을 나눴다.
우린 그저 전우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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